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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는 BaBo에게 |
작성자 : 고길동신부l작성일 : 2007-06-14 17:50:54l조회수 : 9110 |
안녕하세요 고길동 신부입니다. BaBo의 고민 잘 읽었어요. 자신을 '바보'라 탓할만큼 BaBo가 깊은 상심에 빠져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친구가 없다.. 힘들다.. 그래서 이 세상이 싫다.. 죽고 싶다.. 로 이어지는 BaBo의 하소연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끝났더군요. BaBo는 친구들과의 불화로, 외로움으로,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행 복하지 않은 세상에서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소외를 느끼나봅니다. 나 혼자인 것 같은 기분, 탈출구가 없는 작은방 에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갇혀있는 기분, 나도 BaBo가 겪고 있을 그 깜깜함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BaBo 에게 그런 아픔을 가져다준 다른 친구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어요. 먼저 나는 BaBo를 칭찬해주고 싶은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BaBo가 자신의 열등감을 인정했다는 것이고 둘째 는 그 열등감을 고치려고 노력해봤다는 것이지요. BaBo가 친구들에게 자신이 6년동안 따였다는 사실을 얘기한 것은 자신의 열등감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 고 BaBo는 그 열등감의 원인이 자신의 말투라 생각하고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 가 있었군요.. BaBo가 자신의 열등감을 내비치면서 그것을 동정받기 위한 도구로 쓰려 했다는 점입니다. BaBo는 열등감의 반대말이 무엇이라 생각해요? 자신감? 자만심? 아닙니다.. 나는 사랑의 반대말이 미움이 아니라 무 관심이듯, 열등감의 반대말도 자신감이 아니라 '자기를 내버려두는 것, 방치해두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열등감을 느 끼지조차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 상태로 멍하니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BaBo가 BaBo의 상 황을 이해하고 게다가 그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BaBo는 더 이상 열등감에 갖혀 있는 존재 가 아닙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동정을 받고자 하는 마음은 자신을 내팽겨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설령 다른 친구들의 동정과 연민이 잠깐의 외로움을 해결해준다고 해도 그것에 만족해버린다면 언제든 다시 외로움을 느끼고 힘들어질 수 있지 않겠어요? BaBo가 친구들과 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먼저 나는 BaBo가 모 든 사람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조금 접어뒀으면 하고요, 또 꼭 활발함으로서 친구들에게 다가가야겠다는 부담감 을 버렸으면 해요. 누구나 조금씩은 외로움을 느끼기 마련이죠. 돌아보면 BaBo 주위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을지 몰라요. BaBo가 먼저 그런 친구들에게 다가가보는 건 어떨까요? 한 친구와 깊게 사귈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친구의 아픔을 들어주고 또 내 아픔을 얘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외로움은 얼마간 달랠 수 있을 것 같아 요. 모두와 친해져야 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별다른 노력 없이 '자기를 내버려둘까봐'한 얘기 입니다. 한편, 꼭 활발한 BaBo의 모습으로 친구들에게 다가가야 겠다는 생각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싶어요. BaBo는 어렸을 때 활발했었다고 했고, 지금은 그 활발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죠? 그렇지만 꼭 그래야 겠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그동안 지내오면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로 인해서 성격은 많이 변해 있을 수도 있어요. 다른 친구들의 사랑과 관심을 기대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의 BaBo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내 얘기들이 BaBo에게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길게 쓴 편지가 BaBo에게 심적인 위로나마 됐으면 좋겠어요. 마 지막으로 이해인 수녀님의 <친구에게>라는 시를 붙였어요. 읽으면서 잠시나마 마음이 따듯해졌으면 좋겠네요.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또 글 남겨주세요. 오늘은 활짝 웃는 BaBo의 모습을 상상하며 잠자리에 들어야 겠습니다. 그 어떤 누구보다도 BaBo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은 고길동 신부가 부를때마다 내 가슴에서 별이 되는 이름 존재 자체로 내게 기쁨을 주는 친구야 오늘은 산숲의 아침 향기를 뿜어내며 뚜벅뚜벅 걸어와서 내 안에 한 그루 나무로 서는 그리운 친구야 때로는 저녁노을 안고 조용히 흘러가는 강으로 내 안에 들어와서 나의 메마름을 적셔 주는 친구야 어쩌다 가끔은 할말을 감추어 둔 한 줄기 바람이 되어 내 안에서 기침을 계속하는 보고 싶은 친구야 보고 싶다는 말 속에 들어 있는 그리움과 설레임 파도로 출렁이는 내 푸른 기도를 선물로 받아 주겠니? 늘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할 때 빙긋 웃으며 내 손을 잡아 주던 따뜻한 친구야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모였다가 어느 날은 한 편의 시가 되고 노래가 되나 보다 때로는 하찮은 일로 너를 오해하는 나의 터무니없는 옹졸함을 나의 이기심과 허영심과 약점들을 비난보다는 이해의 눈길로 감싸 안는 친구야 하지만 꼭 필요할 땐 눈물나도록 아픈 충고를 아끼지 않는 진실한 친구야 내가 아플 때엔 제일 먼저 달려오고 슬픈 일이 있을 때엔 함께 울어 주며 기쁜 일이 있을 때엔 나보다 더 기뻐해 주는 고마운 친구야 고맙다는 말을 자주 표현 못했지만 세월이 갈수록 너는 또 하나의 나임을 알게 된다 너를 통해 나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기뻐하는 법을 배운다 참을성 많고 한결같은 우정을 통해 나는 하느님을 더욱 가까이 본다 늘 기도해 주는 너를 생각하면 나는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다. 나도 너에게 끝까지 성실한 벗이 되어야겠다고 새롭게 다짐해 본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 못해 힘든 때도 있었지만 화해와 용서를 거듭하며 오랜 세월 함께 견뎌 온 우리의 우정을 감사하고 자축하며 오늘은 한 잔의 차를 나누자 우리를 벗이라 불러 주신 주님께 정답게 손잡고 함께 갈 때까지 우리의 우정을 더 소중하게 가꾸어 가자 아름답고 튼튼한 사랑의 다리를 놓아 많은 사람들이 춤추며 지나가게 하자 누구에게나 다가가서 좋은 벗이 되셨던 주님처럼 우리도 모든 이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행복한 이웃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벗이 되자 이름을 부르면 어느새 내 안에서 푸른 가을 하늘로 열리는 그리운 친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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