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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여러가지 고민에 혼란스러워하는 종교 에게

작성자 : 고길동신부l작성일 : 2007-06-14 17:54:00l조회수 : 7059

봄은 간 데 없고 여름과 같은 날이 갑자기 찾아와 지치고 힘들지는 않을지 궁금하네요. 이것저것 많은 고민 속에 혼자 지쳐 쓰러지지 않고 이렇게 제게 많은 얘기들 들려주어서 신부님은 고맙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먼저 종교 친구의 고민을 돌아보면, 열심히 다니던 성당이 싫어지고 있습니다. 성당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활동이 벅차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일미사도 나가기 싫어집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께서 가톨릭에 대해 말씀하실 때 확실하게 답할 수 없는 혼란함 속에 가톨릭에 대해 반감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힘든 학교 생활 속에서 냉정함을 지켜야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져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종교 친구의 편지를 읽으면서 어린시절 할머니께서 제게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어떤 일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할머니께서는 손을 꼬옥 잡아주시면서 '얘야, 너무 힘들어하지 말거라. 크느라 그런단다. 한번 고민하고 아파할 때마다 네가 부쩍 크게 되는거란다...'하셨던 말씀... 성장의 과정에서 때때로 늘 하던 일들이 새롭게 느껴지고 늘 기쁜 마음으로 하던 일인데도 갑자기 '내가 왜 이 이일을 하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고민의 과정을 넘어서면 그 일에 대해 예전보다 더 강한 애착이 생기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종교 친구! 고민하고 있는 가톨릭과 개신교에 대해 생각해볼까요? 중요한 것은 가톨릭이나 개신교나 하나이신 주님을 섬기는 교회라는 것입니다. 물론 가톨릭의 역사에 선생님이 언급하신 과오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얼마전 교황청에서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가톨릭이 개신교와 다른 전례적인 큰 특징은 '성찬의 전례'를 들 수 있습니다. 2000년 전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하셨던 최후의 만찬을 기리며 그 예식을 행함으로써 각자가 예수님의 제자임을, 그분과 함께하고자 하는 것임을 확인하고 기억하는 것입니다. 밀떡을 들어올려 예수님의 몸이라고 말하는 것은 최후의 만찬 식탁에서 빵을 쪼개어 자신의 몸이라 말씀하시며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셨던 것을 기념하는 것이며 성찬의 전례 안에서 밀떡은 그냥 밀떡이 아니라 사제의 축성을 통해 예수님의 몸이 된 것이랍니다. 엄마가 주일미사를 꼭 드리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때로는 스트레스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엄마는 하느님이 사랑하시니 일단 가다보면 느낄 수 있을 거라 말씀하셨다고 했습니다. 신부님은 콩나물 시루를 예로 들고 싶습니다. 콩나물이 자라는 시루를 본 적이 있나요? 커다란 시루에 처음엔 콩을 넣고 정성껏 하루에도 여러번씩 물을 줍니다. 첨엔 작은 콩이 언제 콩나물이 되나 싶기도 하지만 정성껏 물을 주다보면 어느새 쑥쑥 자라나서 길고 통통한 콩나물로 자라있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와 같습니다. 한주 한주 주일미사를 드리면서 문득 내게 신앙이 있는지, 내가 왜 매주 이렇게 미사를 드리는지, 내게 얻어지는 것은 무엇인지 때로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눈에 쉽게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내 마음 안에 자리한 신앙이 부쩍 자라있음을 느낄 때가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혼란한 마음 신부님에게 이렇게 얘기하면서 조금이나마 스스로 정리되는 기분이었다니 기쁜 마음이고 신부님의 이 편지가 종교친구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종교와 같이 고민하는 친구들을 위해 이 고길동신부가 있습니다. 생활 속에 풀리지 않은 고민이 있거나 답답한 마음이 들 때면 언제든 찾아와서 얘기해주기를 기다릴께요. 종교친구의 생활 속에 언제나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함께하길 기도하는 고길동 신부.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 1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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