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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진로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석환친구에게로

작성자 : 고길동신부l작성일 : 2007-06-15 16:13:25l조회수 : 6977

석환이의 편지를 읽고 얼마나 고민이 될까, 얼마나 힘들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언제나 뭔가를 집중해야 할때, 특히 공부를 해야 할때 그런 생각들이 쉴새 없이 왔다갔다 해서 공부하는 것도 참 힘이들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저도 그런 시기를 겪었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겠지요. 혼자만의 고민이라고 생각해선 안될 것 같아요. 누구나 그런 어려움을 겪으며 선택을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고민은 지금 한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나 미래에 대한 선택을 하고 살지요. 하지만 그 선택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또 옳다고 해도 언제나 다른 선택에 대한 미련은 남게 된답니다. 제 주변에 있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새로운 꿈을 찾아 다른 공부를 한다거나, 직장에 다니다가도 다른 길을 찾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만약 체대에 진학했다가도 신학교에 가고 싶다면 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답니다. 그리고 신부님들 중에서도 음악이 너무 좋아서 음악을 하시는 신부님도 계시고 유리공예만 하는 신부님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하는 결정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에요. 길은 항상 열려있고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까요. 그러니 정말 하고 싶은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해보세요. 그리고 기도해보세요. “주님, 제가 저의 삶을 결정하는 데 힘이 되어 주세요.”하고 말입니다. 석환친구의 경우도 만약 신부가 된다면 결혼을 해서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테고, 결혼을 한다면 신부로 사는 삶에 대한 동경을 또 간직하고 아쉬워 할 수도 있는 법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다 가질수는 없겠지요? 결국 한가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 선택은 어떤 것이든 합리적인 것이 되어야 하겠지만 문제는 '성소'라는 것은 합리적인 기준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이고, 하느님의 부르심은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선택의 어려움 중 하나로 평생 '독신으로 살아가야 하는 외로움'을 꼽았는데, 물론 어려운 길이지만 결혼을 하고 가족이 있더라도 인간의 근본적인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사랑은 무척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여자친구와의 사랑이 모든 외로움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찌보면 도피일 수 있겠죠. 시골로 내려간다고 미래에 대해 선택할 일이 없어지고, 고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랍니다. 농사짓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은 없거든요. 장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석환이의 모습이 대견스럽게 느껴집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그러니 어렵고 힘들더라도 도망치지는 마세요. 하느님께서는 저를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길로 부르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 좋은 길이지만 선택은 한가지겠지요. 어느 길도 좋습니다. 더 매력을 느끼는 길을 선택하고, 매진하길 바랍니다. 단지 선택이 끝난 후에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후회없는 생활을 하기를 바랍니다. 둘 중 어떤 것이 되었든 꿈을 향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어려운 시기, 힘든 고민을 하는 석환이에게 하느님께서 항상 함께 하시며 마음의 평화와 지혜로운 선택할 수 있는 용기 주시도록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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