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햇살

공개상담실

홈 > 청소년 및 가정지원활동 > 고길동 청소년 상담실 > 공개상담실

[re]세실리아에게

작성자 : 고길동신부l작성일 : 2007-06-13 19:37:26l조회수 : 7393

세실리아 친구에게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겠어요. 사이버테러라,, 공간을 달리한 사람들간의 폭력이기에 답답함과 상처는 훨씬 더 심하게 느껴질 거예요. 미안하게도 답장이 꽤나 늦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아직도 곁에 있는 사람들의 욕설과 폭언이 계속되고 있나요? 부디 '테러'가 잦아들었기를 빌며 편지를 시작합니다. 익명으로 근거없는 추측을 여론화 시킨 친구들은 큰 잘못을 저지른 것입니다. 그렇지만 세실리아와 함께 생활하는 친구들을 모조리 곁눈질로 바라봐야 할지는 모르겠군요. 사이버공간에서는 사람들이 두껍게 쓰고 있던 탈을 벗어던지는 것 같습니다. 탈을 벗은 사람들은 평소에 하지 못했던 욕설을 내뱉고, 포악해지기 쉽지요. 어느 것이 진짜입니까? 사이버 공간 안에 있는 사람이 진짜 그 사람의 모습일까요?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평소에 터뜨리지 못했던 감정들을, 근거없는 추측들을, 타인에게 상처주는 말들을 한꺼번에 쏟아낼까요? 사람들이 평소에 마음을 터놓고 지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이버라는 자유의 공간에서는 익명이라는 안전한 베일을 쓰고 평소의 욕망들이 제멋대로 꿈틀거립니다. 늘 사람들의 버릇없는 욕망때문에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에요. 그렇지만 결국엔 사이버공간에서 터져나오는 사람들의 무례도 여기저기에서 받은 상처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 몹시 슬픈 사회이지요. 주위 친구들 모두에게 주눅들 필요는 없다는 얘기였어요. 세실리아 친구에게 "결국 다들 상처받은 사람들일테지", 라는 코웃음을 권하는 건 무리일까요? "수도회에 들어가라고 하시는 분들 때문에"라고 한 걸보면 세실리아 친구가 적극적으로 수도회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아직 먹지 못한 모양이에요. 우선 다른 어른들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세실리아가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군요. 나는 세실리아 친구가 꿋꿋이 혼자 서서 판단하고, 혼자 만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정 어렵다면 믿을만한 또래에게 기대보는 게 가장 나아요. 먼저 다가가보는 노력이 필요한 건 물론이겠지요. 최후의 방법으로 '믿을만한 어른'을 찾으세요. 사이버테러가 지금보다 더 심각해 질 경우에는 '사이버경찰청'(http://www.police.go.kr/)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라는 어른들의 걱정을 통해 나는 세실리아가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상처받은 친구에게 여유를 가지라고 말하는게 얼마나 매정한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실리아가 힘겨운 과정을 거쳐서 어째됐든 여유를 가질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용기를 가지고 좀 느긋해져보세요. 조바심은 사람이 관대해질 수록 한없이 부풀어오르거든요. '잘 될거야'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다시한번 권합니다. 용기를 가지세요. 금방 쓰러져버릴 것 같이 힘들때,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외로울때, 햇살과 나를 기억해주세요. 나도 언제나 세실리아 친구를 기억하도록 할게요. 주님의 보살핌으로 세실리아가 밝은 웃음을 되찾기를.. 우리의 십대들이 언제나 우울의 늪에 빠지지 말고 햇살 같은 웃음 속에 살게 해 주십시오 그들의 웃음 속에 담겨 있는 희망과 기쁨으로 우리의 삶 또한 밝아질 것을 믿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십대들을 위한 기도> 중에서 고길동 신부가.

로그인메뉴

메인메뉴

공개상담실